산책하던 중 우연히 300년 된 느티나무를 보았다. 말이 300년이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무라고 해서 어찌 아픔을 모르겠는가. 아마 수많은 태풍과 수많은 추위를 견디며 나이테를 키워 왔을 터.
그런데 느티나무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주된 비결은 바로 뿌리의 힘 때문이지 싶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실을 너무나 쉽게 망각하고 만다.
세상이 이 만큼 굴러가는 것도 그렇게 누군가가 느티나무 뿌리처럼 어둠 속에서 묵묵히 버텨 주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물론 사람들은 늘 겉을 보고 판단하게 마련이지만.
어쩌면 당신도 지금 누군가에게는 그런 소중한 뿌리인지 모른다. 나뭇가지들이 괴롭다며 몸통을 흔들 때마다 뿌리는 아무 말 없이 어둠을 파고들뿐이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희덕 시인은 뿌리를 이렇게 읊었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내 가슴에 끓어오르던 벌레들,/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빈 그릇,/너의 푸른 줄기 솟아 햇살에 반짝이면/나는 어느 산비탈 연한 흙으로 일구어지고 있을 테니’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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