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방구류 생활유물 등 등록...강직한 매천 정신 알리는 계기
문화재청은 국권침탈 소식을 듣고 순국한 매천 황현의 유품을 ‘매천 황현 문방구류’ ‘매천 황현 생활유물’로 나눠 각각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매천 황현 문방구류는 벼루, 벼룻집, 벼룻돌, 필통, 연적, 지구의, 도장 등 19점으로 구성된다. 생활유물은 안경과 안경집, 호패, 합죽선, 상투관, 얼레빗, 소쿠리, 표주박, 책장 등 35점으로 이뤄졌다. 황현의 필수품인 안경 중 문화재가 되는 것은 3점이고, 안경집은 5점이다.
황현은 심한 근시에 오른쪽 눈이 사시여서 20대 중반부터 안경을 썼다고 한다. 1909년 천연당 사진관에서 촬영한 사진과 채용신(1850~1941)이 그린 초상화에도 매천의 안경은 등장하고 있다. 안경이 황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셈이다.
또한 20대에 책 1만권을 읽었다는 황현은 벼루를 자신의 심복이자 벗으로 여겼을 정도다. 황현은 벼루의 별명을 ‘즉묵후(卽墨侯·즉묵에 봉해진 제후)’라 했는데 이는 당나라 문인 문숭이 벼루를 의인화한 것에서 유래하고 있다.
글을 쓸 때 시중드는 벼루의 공적을 높이 사서 ‘즉묵후’에 봉했다는 것. 황현은 매일매일 벼루에 먹을 갈아 항상 글을 연습하는 것을 ‘문예의 밭을 날로 갈아놓는 것’에 비유하곤 했다. 구한말~조선제국기 애국시인이자 역사가이며 경술국치 직후 순절한 매천 황현(1855~1910)은 <매천집>에 벼루를 소재로 한 시(‘연명·硯銘’)를 여러 편 지었다. ‘명(銘)’은 본래 ‘새기다’라는 뜻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계하거나 후세에 남겨 교훈으로 삼도록 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