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강한 비바람 영향으로 옥상에 두었던 화분이 하나 넘어져 깨졌다. 그에 비해 주변에 있던 다른 화분은 모두 말짱하기에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깨진 화분의 식물이 주변 화분의 식물 보다 월등히 키가 컸던 것. 키가 크다 보니 바람을 많이 맞았을 것이고, 끝내 그렇게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던 것이다.
생각하면 그렇다. 때론 잘나간다는 사람이 더 일찍 꺾어질 때가 종종 있다. 마치 이솝 우화에 나오는 사슴처럼.
사슴은 근사한 자기 뿔에 관해서는 자부심을 가졌지만 울퉁불퉁 못생긴 발에는 못마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자가 달려들자, 잽싸게 도망을 치던 사슴이 결국은 자기가 그처럼 자랑스럽게 여기던 뿔이 나무에 걸리면서 사자의 밥이 되고 말았다는 우화다.
그런데 살다보면 우리들 역시 어리석은 사슴과 같은 생각을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비바람에 넘어져 깨진 화분을 보면서 혹시 내가 지금 낮추지 못한 채 우쭐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본다.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사냥꾼의 표적이 되는 법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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