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가 다르게 바람이 여물어지고 나뭇잎 색깔 또한 빠르게 변색되어가고 있습니다. 가을은 어쩔 수 없이 사색을 할 수 밖에 없는 계절인 게 확실합니다. 물론 지금 시대는 사색이 아니라 검색의 시대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리 흥에 겨운 사람도 저물녘 허공에 날리는 낙엽을 보면 쓸쓸한 마음을 주체하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닐 것입니다.
주당(酒黨)들은 또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술잔깨나 비우지 싶습니다.
가을에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허전한 인생, 술이라도 없으면 어떻게 견디겠습니까. 술도 잘만 마시면 ‘백약지장(百藥之長)’이 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내가 술을 마셔야지 술이 나를 마시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태백은 三杯通大道(삼배통대도) 一斗合自然(일두합자연)이라고 했더군요. 술 석 잔은 도와 통하고 술 한 말은 자연과 하나가 된다나요 어쩐다나요? 괜히 낙엽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그런지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 생각이 다 납니다.
하긴 우리 인생도 언젠가는 낙엽처럼 떨어지는 날이 오게 마련입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누구라도 인생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가을이 꼭 필요한 이유이지 싶습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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