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외모 지상주의 시대에서 머리를 손질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과 동일시되고 있다. 머리를 어떻게 손질하는가에 따라 외모가 달라지는 것. 물론 일상적으로 이발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결심을 할 때 이발부터 먼저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시국선언이나 자기 결단을 할 때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바로 그렇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머리카락을 아주 신성시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일제가 단발령을 내렸을 때, 그처럼 크게 저항한 이유다. 성서에 보면 천하장사였던 삼손이 데릴라에게 속아 자신의 힘의 원천이 머리카락에서 나온다는 것을 누설하는 바람에 나중에 그 힘을 모두 상실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손이 술을 먹고 잠든 사이 데릴라가 머리카락을 잘라버렸던 것. 머리카락을 잘린 삼손은 실제로 힘을 잃고 만다. 머리카락이 신과 소통하는 일종의 안테나였던 셈이다. 누군 비과학적이라 치부하겠지만, 지금도 도인처럼 신성한 흉내를 내는 사람은 일단 머리카락을 길게 하고 등장하는 것을 볼 때 무의식 속에 그런 사상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꿈속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게 되는 징조라나 뭐라나.
요즘은 이런 이발소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시골이나 중소 도시에는 여전히 한 자리 차지하며 노인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참, 중세 서양에서는 이발소에서 외과의료행위도 했다는 사실. 그 흔적이 이발소를 뜻하는 표시등에 아직도 남아 있다. 하얀색은 붕대를 붉은색은 동맥혈관을 파랑색은 정맥혈관을 상징하는 게 그렇다. 아닌 게 아니라 의사처럼 하얀 가운을 입고 날카로운 면도칼을 들고 수염을 자르는 모습은 외과의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