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채봉 동화작가를 만나는 곳 광양읍 ‘동외마을’
기대했던 문체부 문화도시 지정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작년 연말은 다소 우울했다고 할 수 있다.
삭막한 산업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문화’가 밥이 되는 문화도시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준비는 2017년부터 다양하게 준비해 왔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길을 잃었을 때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처음의 자리에 서보면 된다.
없는 자원을 억지로 만들어내려는 것도 아니었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광양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다각도에서 준비해오던 사업이었으나 다른 도시에 밀리고 말았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문화도시 지정’이라는 큰 그림은 아직 그리지 못했지만 그 준비과정에서 결과물이 창출되었다는 것은 기억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어른이 읽는 동화라는 문학장르를 처음으로 열고 광양에서 문학적 자양분을 키운 정채봉 동화작가와 이경모 사진가가 살아났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채봉 작가를 생각하는 ‘빈터’라는 작가의 방과 이경모 사진가를 광양사람으로 살려낸 ‘광양사진관’ 등의 문화공간이 만들어 진 것. 광양읍 읍성2길 일대 동외마을을 걷다보면 광양시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완성한 정채봉 작가와 이균영 소설가를 벽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동외마을 회관 벽에 그려진 벽화는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와 알퐁스도데의 별을 읽고 동화작가가 되기로 한 정채봉의 꿈부터 광양농고에 다닐 때 광양중학교 2학년이던 이균영 소설가를 만난 이야기, 어린 정채봉과 인연이 있던 도장방아저씨, 우체부 정샌 등 정채봉의 어린 시절이 한권의 책처럼 읽혀진다.
정채봉 벽화가 있는 동외마을 회관 앞으로 이경모 사진가를 기억하는 초록대문의 ‘광양사진관’이 있다.
좁다란 골목을 걸어 나오면 100년 넘은 수성당과 30여년 동안 한 곳에서 세탁소를 해왔다는 이장구씨 부부의 ‘강남세탁소’도 있다. 정채봉을 기억하며 동심의 세계로 빠져 들게 될 동외마을 골목길은 한번 쯤 걸어볼 만 하다.
▲100년 역사를 가진 ‘수성당’ |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