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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아들이 50대 엄마에게

기사승인 2021.06.15  2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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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대선을 꿈꾸는 사람들은 여야 막론하고 당내 경선은 물론 대국민 표심잡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40대에서 60대, 이른 바 ‘꼰대’로 불리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당 대표 직을 수행하기엔 ‘젊어도 너무 젊은’ 이준석 대표의 국민의 힘 당 대표 당선은 405060세대에 대해 묘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20대들에게도, 기성세대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주지 않았나 한다. 

대한민국 정치판의 흐름에 변화가 올까? 라는 알 수 없는 분위기마저 읽히고 있는 요즘이다.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는 ‘짜증나서’ 관심을 끊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기에 답답한 마음으로 뉴스를 클릭 클릭 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코로나19시국에 2021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들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더구나 20,30대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기술을 익혀도 뚫기 힘든 어려운 취업난에 고통 받으며 신음하고 있다. 평균수명 또한 길어져 40~60대 기성세대들보다 더 오랫동안 생존해 있어야 하는 20,30대들의 아픔과 고민은 그래서 남의 일만은 아니다. 

그러므로 어른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아픔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한 50대 엄마는 어느 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다가 20대 아들에게 대학이 기업과 연계해 필요한 학과를 개설, 졸업한 학생들에게 취업기회를 제공한다는 기사를 복사해서 보냈다.20대 아들은 50대 엄마가 보내 준 기사를 읽고 장문의 답장을 보내왔다.

물론 20대 아들의 생각이나 시각이 다 맞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2021년 대한민국의 20대들의 사고에는 일정부분 공통분모는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리는 없을 듯 하다. 생각할 시간을 한 번 가져 봤으면 하는 뜻에서 메시지 전문을 펼쳐 보이기로 한다.         

<메시지 전문>

매력적이고 아주 좋은 학과지만 저는 한국에서 살고 싶지가 않습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절망적인 출산율로 인한 미래의 낮은 실 수령액, 오르는 물가에 비해 낮은 근로소득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각 종 생활비, FTA 관련 높은 식료품 비용,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에도 급격한 국가 성장의 역기능으로 인한 절대적 상호존중과 시민의식 부재의 아쉬움, 한국인 특유의 억척스러움, 때에 따라선 무례함,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큰 목소리 내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태도, 틀린 걸 인정하지 않고 다른 걸 배척하는 시민 의식, 간호사 및 광부, 건설노동자 등 기술자의 희생으로 성장한 국가이면서도 육체노동을 경시하고, 지식노동자들은 기초과학, 기초예술, 기초문·철학 모두 노벨상 하나 타지 못한 아쉬움 등등 말하면 입이 아픕니다.

그 외, 2014년도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젠더트러블, 세대 지역갈등, 정치가든 일반 시민이든 노동자든 서로 먹고살기 바쁜 나머지 사회나 세계사에 대한 외면, 엄마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한국은 빠르게 축소, 절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은 웃음보다 울음과 비관, 절망, 자살욕구가 더 크지 않나 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제 생각엔 아무래도 2030년을 기점으로 한국은 위기가 올 것이 확실합니다. 그때까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저는 그 안에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요.

유튜브, 여러 미디어의 ‘K’ 접두어의 향연, 방탄소년단에 케이팝이 어쩌고 말이 많지만 하나하나 연구하고 뜯어보면 진정한 한국다운 오리지널리티가 없는 문화라고 보여집니다. 다시 말하면 서방세계나 제3세계의 너드, 빈자들이나 좋아하는 그런 문화를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여지며, 이것은 한국 문화의 절멸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세울 게 없는 자들이 목소리가 크고, 먹을 것 없는 집이 냄비 소리가 큽니다. 진정으로 잘나가는 강대국과 타국가가 때때로 우러러보고 존경을 표하는 그런 국가는 그런 작위적인 무언가가 횡행하지 않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한국을, 한국의 감성을, 한국의 90년대를 좋아한다는 걸 엄마도 아실 겁니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결국 그러한 원초적이고 서정적이고 인간 감정의 중추를 부드럽게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문화가 모든 국가의 문화의 정수이기 때문인데 현재 한국에는 그런 게 희미하고 전무하고 쇠락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병역을 완료한 남성 국민에 대한 비 존중과 역으로 국가 노동력의 근원을 담당하는 여성 출산력에 대한 미비한 정부적 대응 등등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답답함은 결국 국가 자체의 파이가 기형적으로 적고 자원의 분배가 원활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봅니다. 

그게 본질이고 그래서 연애도, 결혼도 못하고 출산율이 최악의 상황에 다다른 것입니다. 아무도 애정을 이야기하지 않고 작위적인 사랑을 강조하고 그 이미지와 미디어의 컬러에 잠식되어서 제대로 된 감각과 사고, 감성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게 현 1020의 현실임은 저만 느끼는 것은 아닐껍니다.
한국이 좋은 국가냐는 질문을 누군가가 하면, 백이면 백 싸움이 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것과 특화된 부분이 다르고 모든 사람은 하나의 퍼즐로서 구성되어 사회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회는 특정한 모양의 퍼즐만을 신봉하고 신격화하며 일률적인 방법론만을 강조해서 퍼즐의 완성도와 재미 구성적인 측면이 모두 비율과 모양이 맞지 않고 기형적입니다. 저는 맨날 생각합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고통 받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기사를 보내 주셨는지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20대는 단순히 취업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취업을 하는 목적은 근로소득의 확보이고, 근로소득의 확보는 소비 능력의 확대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산 축적을 위해 필요하며, 이 두 가지는 인간이 자유주의 자본주의 세계에서 경제적 자유를 얻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절대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제 1단계인 취업조차 개인의 능력이 어떻든 모두 극 헬 난이도의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봅니다. 다른 자유주의 국가의 청년들은 남녀를 떠나 사회의 진출이 20대 초반이지만 한국은 기이하지요. 이것을 누구도 밀도 깊게 지적하지 않았고 지적한다고 하더라도 다 그런 것이지 하는 식으로 넘겨왔고, 그래서 현 취업시장이 더욱 냉랭해 진 게 아닐까요?

현재 2021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10,20,30 청년은 1. 취업부터 힘들고 2. 소비 능력이 떨어지며 3. 자산 축적이 불가능에 가깝고 4. 행복의 조건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청년들이 자산을 축적할 수 있어야 좋은 사회입니다. 

그것이 무형이든 유형이든.. 고전적 의미의 자본이 부재한 청년들에게 유일하게 희망적인 건 젊은 육체와 사고능력이고, 온라인 커넥션과 게임, 발달하는 고정밀 기술의 부상으로 인해 최근 화두가 되는 메타버스 등등...... 

추가적으로는 기타 온라인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 플랫폼 등을 위시한 플레이 경험과 그에 대한 공감대.. 그게 유일한 10,20,30 세대의 ‘무형자산’이고, 때문에 기존 기성세대가 배제되는 것이고, 이 젊은이들의 전유물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40,50,60대는 리니지류의 한국형 비즈니스모델의 모바일 게임 등을 즐기며 그들의 유형자산인 돈, 화폐로 시장을 점유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말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답답하고 불안한 미래를 안고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만큼 저와 같은 20대들은 2021년 대한민국에서의 삶이 힘들고 행복하지 않다는 말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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