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탔다. 콜(call)예약을 해서 굳이 기사와 말을 섞을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하루 중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네고 뒷좌석에 앉았다.
신호가 걸리지 않는다면 목적지까지는 7분여, 속도를 내지 않아도 되는 시내 도로 임에도 네비게이션 속 여자는 계속 과속에 주의하라고 연거푸 경고를 해댔다.
목적지를 다시 말해 줄 때도 기사는 단 한마디 대답조차 건네지 않았다.
과속에 주의하라는 네비게이션, 계속 들어오는 콜 요청에 마음이 바빴는지 녹색신호가 채 바뀌기도 전에 액셀을 밟아대는 기사의 모습에 스멀스멀 짜증이 올라왔다.
7분 남짓 걸리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더 가야 하지만 그냥 내려서 걸어가고 싶은 맘 굴뚝같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는 말처럼 내가 택시를 굳이 타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임승차를 한 것도 아닌데 이른 아침 택시에서 느낀 불쾌감은 목적지에 내리고 나서도 한참동안 수그러들지 않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필요해서 잠시 이어지는 소멸되는 만남이라 할지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인데......
최고의 종교는 ‘친절’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돈이 들어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언제부턴가 먼저 말을 건네고 친절을 베풀면 호구가 되고 바보처럼 여겨지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새 날을 시작하는 이른 아침,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작은 친절을 느꼈다면 불쾌함이 아닌 웃음기 촉촉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유쾌함은 바로 옆 사람에게 전파되었을 것이었다.
웃음이 사라진 사회, 타인에게 전할 행복한 ‘웃음 한 스푼’ 챙기는 여유가 필요한 시간이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