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년 한 우물... 인생 무대 2막 쉰아홉 살 백연주 씨
컨테이너 물건 상하차, 코일 라이싱 등 인력 파견
중마동 부영2차아파트 상가 작은 사무실에서 2막 인생을 시작하는 백연주 씨를 만났다.
‘광양항 인력 소장 백연주’. 2막 무대에 오른 백연주 씨의 새 명함이다. 의료보험관리공단에서 32년을 근무하다 지난 7월 말, 정년을 1년 남짓 남겨두고 명예퇴직했다.
퇴직을 하고 나니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의 패턴이 달라졌다. 늦잠도 자고 아침 운동도 하고 그렇게 편하게 시작될 줄 알았던 아침은 눈을 뜨는 순간 ‘공허’가 먼저 찾아왔다.
딱히 갈 곳이 없었고, 할 일도 없었다. 아파트 앞 넓은 공원을 맨발로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 결론은 ‘일을 해야 한다’였고, 마침 기회가 돼서 광양항에 인력을 파견하는 인력사업소 소장을 맡게 됐다.
태인동 태생인 백연주 씨가 의료보험공단에서 주로 담당했던 업무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었다.
백 씨는 “부모님 같은 고향 어르신들이 국가에서 주는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잘 받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다”며 “구례, 곡성, 순천, 여수, 광양 등 전남 동부지역에서 32년간 근무하는 동안 더욱 애정을 갖고 일한 곳은 당연히 고향 광양이었다”고 고향 사랑을 나타냈다.
백연주 씨는 “갑자기 직장을 안 나가게 되니 허탈하고 우울감이 찾아와서 힘들었는데 일을 빨리 찾게 돼서 다행이다. 일찍 출근해서 사무실 뒤편 둘레길을 매일 한 시간씩 걷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다 보니 다시 열정도 생기고 치유가 되는 것 같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광양항 인력은 국내 수출입 물동량 1위 항만인 광양항만에 컨테이너 물건 상하차 작업과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콘 작업, 제철소에서 생산된 코일을 선박에 묶는 라이싱 작업 등에 필요한 인력을 파견하는 일을 한다”며 “지금까지 해온 일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이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몰랐던 세상도 배우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 60세 정년은 너무 이르다. 이제 겨우 쉰 아홉에 새로운 일로 인생 2막 무대에 오른 백연주 씨의 건승을 기원하며 광양항 인력 사무실을 나섰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