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옥 소설가 문학적 업적 기려... 13명의 수상자 탄생
지난 16일(토요일) 순천만 습지에 자리 잡은 ‘순천문학관’에서 제18회 ‘전국 대학생 무진기행 백일장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순천 출신 김승옥 소설가의 단편소설 「무진기행」를 포함한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행사로 순천시(시장 노관규)와 순천문인협회(회장 허정)가 주최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이날 백일장은 전국 각지 출신 대학생들이 참석해 자신이 무진기행의 후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창작에 몰두했다. 그 결과 대상 1명, 금상 2명 등 13명의 수상자가 탄생했다.
운문은 복효근 시인과 이원규 시인이 심사했으며 정서경 교수와 강향림 수필가는 산문을 심사했다.
심사위원장 복효근 시인은 “요즘 젊은이들이 책을 잘 안 읽는다”며“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앞선 선배들의 좋은 작품을 읽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김승옥 작가가 직접 참석해 자리를 더욱 빛냈다.
이날 백일장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김승옥 소설가를 존경해 참여하게 됐는데, 막상 장소를 찾는 게 너무 힘들고 불편했다”며 “다음에는 시내 권에서 유치를 하게 되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오경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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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제18회 전국 대학생 무진기행 백일장 대상>
단풍 /김안진
아이가 아토피성 피부염과 알레르기가 심하네요, 라는 의사의 진단 이후
엄마는 영양성분표를 습관적으로 읽고
유황을 탄 세숫물을 내밀기 시작했다
잠든 딸의 입가에 단풍 같은 열꽃이 피면
조용히 연고를 발라주고 손톱을 깎아주던
엄마의 피가 자꾸만 주사기의 몸통을 채우게 되었을 때
병원 대기실을 순하게 채운 사람들과 하루를 보내고
목에 걸린 알약처럼, 잘 넘어가지 않는 시간
베개에 남은 머리카락은 가늘어지고
나는 그걸 지폐처럼 한지에 넣고 접어 서랍장에 보관하면서
아끼는 시집 사이에 끼운 단풍잎처럼
지난 일들을 책장처럼 다시 펼쳐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의 손톱을 깎아주며 생각했다.
또각또각, 더 이상 내 얼굴에는 열꽃이 피지 않는데
엄마의 팔에는 자꾸만 주삿바늘이 남긴 멍이 생기고
낙엽들이 바스라지는 계절, 단풍은 요요하게 하늘을 물들이고
나는 엄마 옆에 누워서
작아지는 당신 품에 한없이 파고들고 싶은 그런 밤
눈먼 바람에 찢길까
창밖으로 바라보는 하늘에는 멀리 철새들이 떠나고
나는 단풍이 조금만 더 오래 물들어 있어 달라, 빌고만 싶은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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