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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이 다르면 해석도 달라지는 법, 한강 ‘채식주의자’

기사승인 2024.11.19  16: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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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관수 소설가

한 달 전쯤 은행나무 이파리들이 말라가기 시작할 때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선정되었다. 선정 이유 중에 ‘~강력한 시적 산문을 쓴~’이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그 말이 내 귀에 걸렸다. 강력한, 은 알겠는데 시적 산문이라고? 시면 시고 산문이면 산문이지 시적 산문이라는 건 무슨 뜻이지? 쉽게 이해되지 않은 만큼 내게 화두로 남았다.

나는 고민에 젖어 들었다. 문해력이 나쁘지 않은 내가 쉽게 이해 못하는 어휘가 있다니, 어이없었다. 자책하자 반사적으로 머리가 돌아갔다. 그 화두가 시처럼 쓴 산문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시의 본질은 설명하지 않는 글쓰기다. 묘사로만 이루어진다. 물감으로 그림 그리듯 글로 그리는 그림이다. 그림에서는 주제를 설명하지 않는다. 시도 그와 같다. 시는 주제가 드러나지 않은 상징을 띤 이미지라 하겠다.

이를 환유라 한다. 비유법 중 하나로써 은유, 직유와 함께 글쓰기에 많이 쓰인다. 글은 환유, 은유, 직유를 혼용하여 다져진다. 이 외에도 여러 글쓰기 방법-문체가 있는데 그러모아 비유법이라 한다. 그중 환유는 주제성을 드러내지 않기에 이해하기 곤란하다. 어렵다는 뜻이다. 이렇게 쓰인 시를 문단에서는 포스트 모더니즘, 아방가르드, 전위적인, 해체주의 들 시로 분류한다.

비로소 나의 화두가 ‘~강력한 환유로 쓰인 산문~’으로 이해됐다. 이어 떠오르는 건 장편소설 [채식주의자]였다. 이 소설은 난해하다. 또 비도덕적이고 에로틱한데 이를 데카당스라 한다. 마지막에 영혜는 죽어 나무로 부활하고자 한다. 이는 주이상스다. 이 소설에는 무의식, 자아, 초자아 등 정신분석학적 장치가 들어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설명 없이 거의 이미지-묘사만 보여주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난해한 게 또 많다. 육식 거부, 브래지어 거부, 몽고반점은 왜 나오고, 몸에 꽃은 왜 그리고, 형부와 처제는 왜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고, 영혜는 왜 나무가 되려 하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상황을 묘사하여 독자에게 보여준 문체라 하겠다. 설명은 없고 상징을 띤 이미지들로 짜인 환유적 문체다. 이쯤에서 나는 ‘~강력한 시적 산문을 쓴~’이라는 문구가 ‘~강력한 환유적 산문을 쓴~’으로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한 게 또 있다. 국내에서는 부도덕하다고 비난받는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 소설가에게 노벨문학상이 주어지다니. 뭔가 잘못된 듯싶다. 노벨문학상은 예술적 가치가 높은 문학 작품을 쓴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그게 잘못될 리 없다. 그렇다면 유럽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예술로 본 게 맞다.

오르세 박물관에 걸린 쿠르베의 그림 [세상의 근원]이 떠올랐다. 그 그림이 외설인가 예술인가를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예술로 바라본다. 좋거나 나쁘다는 이분법적 기준이 아니다. 그와 달리 우리의 일반적 관점으로는 외설이다. [채식주의자]도 다르지 않다. 유럽에서는 예술이다. 한국에서는 외설인데 도덕적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다.

유럽 쪽이 좋고 우리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환유를 풀어나가는 이해력에서 온다. 상상을 즐기는 문화와 정해진 답에 익숙해진 문화의 간극이다. 작은 틈새가 아니라 골짜기처럼 깊은 격차라 하겠다. 환유를 읽어내는 건 상상력의 힘이다. 정해진 답이 없기에 예술이다. 뭔가로 답이 확정된다면 예술이 아니다. [채식주의자]는 상상력이 물결치는 ‘~강력한 환유로 쓰인 산문~’이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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