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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여·순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기사승인 2024.10.30  11: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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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명흠 목사

얼마 전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영혼이 떠도는 여수 만성리 용골에서 느낀 감정은 한국은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자들이 묻힌 거대한 공동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산국민학교에 수용되어 있던 부역 혐의자 수백 명을 필두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학살되었다. 여수. 순천만 해도 이런 곳이 50여 군데나 있으니 끔직하고 몸서리치는 일이었다.

다가오는 10월 19일이면 여순 사건 76주기다. 과연 이 사건은 한반도 역사에서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건의 여진은 지금도 미치고 있으며, 완성되지 못한 국가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다는 자괴감이다. 희생자 수가 1200 명에서 1만명일 것이라는 불명확한 통계처럼 이 사건의 정체성 또한 정치 동향에 따라 오락가락한다.

분명한 것은 이승만이 이 사건을 발판 삼아 잔혹한 독재 정권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과 계엄법을 제정하여 ‘빨갱이’를 만들어 국민보도연맹원을 포함, 학살된 민간인이 50만에 이르듯이 국가 권력은 힘없는 백성을 법적 보호도 없이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과연 누가 옳았던가. 누가 책임을 저야 할까.여순사건은 청산되지 못한 일제강점기 유산 위에 수립된 국가권력을 쥔 자들의 욕망이 촉발시킨 것이다.

그 뒤에는 미국이라는 점령국의 힘이 작동했다. 14연대는 제주 4.3 토벌작전 출동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봉기했다. 여수 주요 기관을 점령한 ‘제주토벌출동거부 병사위원회’는 ‘애국시민에게 호소함’에서 “조선 인민의 아들인 우리는 우리 형제를 죽이는 것을 거부하고 제주도 출병을 거부한다. 조선 인민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싸우는 인민의 군대가 되려고 봉기했다”고 했다.

그들은 미국에 굴종하는 이승만의 단독정부 수립으로 인한 분단의 영속성과 한.미 협정을 통한 미국 식민지화에 반기를 든 것이다. 6.25의 동족상잔은 일어났고, 미군은 한반도 남쪽에 주둔한다. 이승만은 국군통수권을 미국에 이양했고, 한국은 완전한 자주 국가의 평등한 외교권을 여전히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반쪽짜리 정부가 되었다.

물론 14연대의 저항이 좌익 세력의 참여로 확대된 건 사실이다. 진압작전 지휘관들은 대부분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으로서 친일 경력을 세탁했다. 피아의 식별 장치인 ‘빨갱이’를 숙청했다. 그리고 이는 ‘스네이크 박’(박정희)의 쿠데타, 전두환의 민주정부 탈취와 5.18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군대 투입 등의 반역 행위로 이어졌다.

이념전쟁 수혜자는 결국 그들 군인이었고, 따라서 미국의 죄는 크다. 미국 점령군은 3년 동안 남쪽 백성들을 일방적으로 반공전선에 서게 했으며, 이후 거의 모든 민간인 학살을 지휘하거나 방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반국가세력’이라는 말로 적을 판별하고자 한다. 문제는 역사와 ‘독대’하는 대통령의 ‘남탓’이다. 임기 절반을 지나가는데 ‘전정부 400조 부채 때문에 할 일을 못하겠다’고 한다.

국민은 “이런 대통령 처음 본다”며 가슴을 치는데, 대통령은 ‘살면서 이런 국회 처음 본다’며 국회 결의에 대하여 20여 차레의 거부권을 행사한다. 성찰은 부재하고 원인을 딴 데서 찾으니 바른 판단이 나올 수 없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모습이다.

그런데 2021년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벌법’ 제정으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5종이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반군, 반란 폭도, 반란 세력’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며 학생들에게 국가폭력을 정당화하고, 뒤틀린 역사관을 주입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지는 법이기에 지도자의 오만은 자신을 몰락시키지만, 아둔함은 조직을 위험에 빠트린다. 그토록 센 민심의 채찍을 맞고도 달라진 것도 없고, 달라질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윤석열 검사의 ‘확증편향성’은 아둔함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역사관이 뒤틀린 문교부 조직 속에서 오롯한 한국사가 나올 수 없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여 여.순사건은 여전히 미완의 현재진행형이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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