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름달 앞에서...
원소〔元宵〕
별것 아닌 봄추위라 말하기 어려워라
/ 春寒難道是輕寒
칼날 같은 바람이 홑바지를 파고드네
/ 風利如刀袴褶單
오늘 밤 이곳저곳 사장에 뜬 달을
/ 處處沙場今夜月
옛날처럼 볼 이는 아무도 없으리라
/ 無人把作舊時看
집집마다 달 기다려 마을 앞으로 나와
/ 千家待月出村前
이마에 손을 얹고 달 크기를 가늠하네
/ 額手齊瞻圓未圓
누군가가 관곡 주길 기대함과 꼭 같으니
/ 大似有人來館穀
둥근달로 풍년을 점치지들 마시게나 / 莫將圓月待?年
1908년 매천이 54세에 지은 시다.
사장(沙場)에 뜬 달은 병사들이 전투하다가 죽어 간 전장을 말하고
‘옛날처럼 볼 이는 아무도 없으리라’는 표현은 1907년 일본의 의해 고종이 강제 퇴위하고 군대가 해산되자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나 전장에서 죽어 갔기 때문에, 평년에 달을 보는 기분과는 달리 비장함을 느낀다는 뜻이다.
‘누군가가 관곡 주길 기대함과 꼭 같으니’에서는 전혀 상관없는 대상에게서 횡재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이 현실성이 없다는 의미이다. 관곡은 접대를 위해 제공하는 숙소와 식량, 또는 관청에서 주는 식량을 말한다.
<글 김미정 작가/삽화 유현병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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