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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자가 사라지면 역사는 왜곡된다

기사승인 2024.04.17  10: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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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필순 전 전남도의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국민은 항상 옳았다.”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야당의 절대적 압승으로 끝났다. 선거 운동 기간에 광양시에는 1938년 식민지 시대에 광양 선비들이 발간한 “晞陽文獻集”(희양문헌집) 국역 연구용역 보고회가 있었다. ‘희양(晞陽)’은 통일신라 시대 광양의 지명이다. 晞陽文獻集”(희양문헌집)은 식민지 시대 광양 향교에서 광양의 지식인들이 모여 고려 시대부터 구한말까지 전라남도 광양에 관련된 시와 글을 분류하여 만든 4권 4책이다. 

희양문헌집은 작품 수 921편 글자 수 약 164,000자의 한문으로 쓰여 있다. 1권은 시 546수, 서 16편, 疏(소) 1편이다. 2권은 記(기) 69편 序(서) 49편 說(설) 13편 論(논) 5편 賦(부) 1편 贊(찬) 2편 銘(명) 3편이다. 3권은 비문 74편 행장 24편 제문 23편이다. 4권 雜著(잡저) 24편 公家文(공가문)35편이 수록되어 있다. 희양문헌집은 부분적으로 해석되어 광양시지와 몇몇 작품을 통해서 알려졌으나, 전체적인 해독 본이 없어 아쉬웠다. 고문헌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전문적 식견을 담긴 훌륭한 해석본을 만드는 것이다. 晞陽文獻集”(희양문헌집) 용역보고를 통해 안개 속 같은 흐릿한 책 속에서 빠져나오는 3가지 기쁨을 맛보았다. 

첫째, 고려 시대 文簡公(문간공) 金黃元(김황원), 湖南三傑(호남삼걸) 崔山斗(최산두), 매천 황현(黃玹)까지 광양 문인들의 시와 산문을 통해 광양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다. 

둘째, 광양의 자연경관 및 산성 정자 누각을 소재로 한 희양 8경, 희양 10경 노래뿐만 아니라, 광양을 소재로 한 유무형 유산과 유래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책 속에서 광양 선비 정신과 인문학적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책 1권 첫머리 범례(凡例)에서 “글은 총독부의 사전검열을 통해서 ‘작품을 전체적으로 삭제’ ‘중간에 21자 삭제한 글 55자 삭제한 글 등을’ 나열하고, 우리나라를 ‘李朝’라고 쓴 내용을 비롯한 고쳐 쓰게 만든 단어, 경술년(1910년) 이후 일본 연호 변경된 내용”을 식민지 시대 출판물 조작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책 4권 에필로그를 쓴 춘강(春岡) 박인규 선생은 “<기송무징> 기나라와 송나라는 존재하나 문헌이 없어 증명할 수 없다.”라고 한 공자 말씀을 인용하여 “국가는 공적 사적 문헌을 빠트리지 말고 모아 남겨야 한다. 다른 고을들도 광양처럼 한다면 앞으로 천년이 지나도 백 년 지 지나도 기나라 송나라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희양문헌집 발간은 붓을 잡고 떳떳하게 말하는 것을 권장하는 것이니 나라를 살리는데 보탬이 되지 않으리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웅변하고 있다.

희양문헌집은 광양 선비들이 빼앗긴 나라를 찾고자 하는 열망을 행동으로 보여준 독립선언서이다. 기억하는 자가 사라지면 역사는 왜곡된다. 우리가 오랑캐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기 나라의 언어가 없어 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거나 또는 객관적인 서술을 떠나 오로지 자기 나라에 유리한 것만 왜곡해서 기록한 나라를 말한다. 

우리나라가 그 나마 선진국 대열에 끼게 된 것은 고유한 기록문화를 간직했기 때문이다. 아니, 조선왕조실록은 인류 역사에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록문화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가 지나온 역사를 공부하고 배우는 것은 역사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교훈의 의미도 있겠지만, 그 역사를 토대로 미래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래와 현재는 모두 과거라는 역사의 발판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앞선 우리 조상들이 남긴 기록유산을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을 것이다. 아니, 하느님도 한 권의 성경책이 되지 않았다면 유대교와 기독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논어가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았다면 공자도 없었을 것이다. 기록유산은 단순한 문자를 넘어 우리의 정신과 얼을 담고 있는 소중한 정신적인 자산이다. 

그러한 자산을 희양문헌집에 남겨 주신 조상님들의 식견에 대해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느끼면서 장차 번역되어 나올 희양문헌집이 우리 광양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광양인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문헌연구회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서 희양문헌집 국역을 통해서 광양의 역사를 바르고 쉽게 알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광양시 관계자들을 비롯해 광양시의회, 광양 향교, 광양고문헌연구회 관계자 여러분에게 이 지면을 빌려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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